[중앙칼럼] 학교에 아시안 교사가 많아야 하는 이유
“혹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을 알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가끔 듣는 질문이다. 자녀의 영어교육을 위해 가정교사를 찾는 학부모들의 문의다. 미국에서 자녀가 태어났지만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다 보니 영어를 잘 못 한다든가 또는 한국에서 온 지얼마 되지 않아서 영어가 서툴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이유가 어찌 됐든지 이런 부탁의 공통점이 있다. 미국인을 찾는다는 것이다. 백인에 아이비리그를 나온 백그라운드가 있다면 더 좋다. 어쩐지 영어를 배우려면 백인에게 배워야 잘 배울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자녀가 입학할 학교를 찾을 때도 학교에 백인 학생이 많이 다니는지, 교사들은 백인이 많은지를 확인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보고서가 나왔다. 브루킹스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에 자신들의 피부색이 비슷하거나 같은 인종·민족 그룹의 교사에게 배운 학생들이 정학당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특히 이는 아시안 학생과 라틴계 학생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사실 일반 교육기사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게 아시안 학생의 정학률이다. 가주 공립학교에 재학 중인 흑인이나 라틴계 학생들의 정학률은 10% 이상 나오기도 하지만 아시안 학생들은 보통 1~2%대 미만을 기록한다. 대다수의 한인 가정들은 물론 주류 사회에 뿌리내린 ‘아시안 학생은 모범생’이라는 편견으로 학기마다, 학년마다 정학률이 공개돼도 그냥 무심히 지나쳤다. 하지만 이 보고서를 보면 아시안 학생들의 정학은 꽤 많았다. UC버클리와 조지워싱턴대학이 공동으로 실시한 이 조사는 학생들이 같은 인종 그룹의 교사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정학률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작됐다. 조사 대상은 미국 최대의 공립학교 시스템인 뉴욕시 공립학교로 2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학생들(4~8학년)과 교사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다. 이 보고서는 유색 인종 학생들은 백인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가혹하고 배타적인 형태의 학교 규율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격차는 학생들이 유치원에 입학할 때부터 시작됐다. 한 예로 흑인 유치원생의 43%는 정학당한 경험이 있다. 미국의 유치원생 평균 정학률(18.2%)보다 2배가 넘는 수치다. 안타깝게도 흑인 학생들은 초·중·고교 학교생활 내내 다른 인종이나 민족 출신 학생보다 더 정학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라틴계 남학생들도 이와 비슷했다. 보고서는 라틴계 남학생 5명 중 1명은 고등학교 입학 전에 정학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동종 교사들과 함께 하는 유색인종 학생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적게 받았다. 그만큼 정학을 당할 가능성이 작아진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동종 교사가 라틴계와 아시안 남학생에 미치는 영향이 여학생보다 더 높다고 전했다. 가장 큰 이유는 동질감이다. 비슷한 피부 색깔로 갖는 문화적, 정서적인 공유가 가능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간다. 이러한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학업 성취도를 올리고, 고등학교 졸업률과 대학 진학률도 동시에 상승시켰다. 이 보고서는 뉴욕시 공립학교가 흑인과 라틴계, 아시아계 교사를 지금보다 증가시킨다면 정학률은 3%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이 수치만 떨어져도 한해 정학 조치를 받는 아시안 학생이 230명, 라틴계 학생은 1600명, 흑인 학생은 1800명이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곧 여름방학이다. 코로나19팬데믹 이후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자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학교에서 충분히 정서적인 교류를 하고 도움받는 아시안 한인 교사가 있는지 한번 챙겨볼 때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아시안 학교 아시안 학생들 라틴계 학생들 아시안 남학생